세계 여행을 하면서 얻은 좋은 취미 중 하나는 그림을 보는 것이다.
여행 전 한국에서 가 본 전시회는 고흐 특별전뿐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여러 미술관에 가봤고 대가들의 그림을 책에 인쇄돼있는 채가 아니라 실제로 접하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대가들의 위대함을 알았다.
하지만 원래 관심이 없던 터라 상식이 적어 콜롬비아에 갈 당시에는 보떼로(Botero)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갔고 나라 곳곳에 널린 뚱뚱한 그림체와 조각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에콰도르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에콰도르의 민중 작가 오스왈도 과야사민(Oswaldo Guayasamin)이 전혀 누군지 몰랐다. 에콰도르의 수도 끼또(Quito)에서 지도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유명하다길래 그냥 시간이나 좀 때우려고 과야사민 미술관을 찾았고 압도당했다.
원주민 아버지와 메스띠소(원주민과 스페인 사람의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태생적으로 남미 원주민들의 고통을 밑바닥부터 이해했을 그의 운명 때문인지 작품 대부분에서 느껴지는 것은 고통, 괴로움, 절망, 절규였다.

과야사민 미술관에는 그의 메시지가 길게 적혀 있는데 미숙한 실력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이 메시지를 읽으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번역을 해봤다.
de pueblo en pueblo, de ciudad en ciudad fuimos testigos de la más inmensa miseria:
pueblos de barro negro, en tierra negra, con niños embarrados de lodo negro;
hombres y mujeres con rostros de piel quemada por el frío, donde las lágrimas estaban congeladas por siglos,
hasta no saber si eran del sal o eran de piedra, música de zampoñas y rondadores que describen la inmensa soledad sin tiempo, sin dioses, sin sol, sin maíz, solamente el barro y el viento.
Guayasamin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비참함의 목격자였다.
검은 흙탕물의 마을, 시꺼먼 땅 위의 검디검은 진흙탕에 나뒹굴려져 있는 아이들.
많은 눈물이 소금의 것인지 바위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몇 세기 동안 얼어있던 곳에서 남자들과 여자들은 추위에 얼굴이 그을려 있었고, 원주민들의 대나무 피리(삼뽀냐와 론다데로 *원주민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시간도 존재하지 않고 신들도, 태양도, 옥수수도 함께 하지 않는 끝을 알 수 없는 고독함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음악 소리엔 오직 진흙과 바람만이 함께했다.
과야사민
pueblos de barro negro, en tierra negra, con niños embarrados de lodo negro;
hombres y mujeres con rostros de piel quemada por el frío, donde las lágrimas estaban congeladas por siglos,
hasta no saber si eran del sal o eran de piedra, música de zampoñas y rondadores que describen la inmensa soledad sin tiempo, sin dioses, sin sol, sin maíz, solamente el barro y el viento.
Guayasamin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비참함의 목격자였다.
검은 흙탕물의 마을, 시꺼먼 땅 위의 검디검은 진흙탕에 나뒹굴려져 있는 아이들.
많은 눈물이 소금의 것인지 바위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몇 세기 동안 얼어있던 곳에서 남자들과 여자들은 추위에 얼굴이 그을려 있었고, 원주민들의 대나무 피리(삼뽀냐와 론다데로 *원주민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시간도 존재하지 않고 신들도, 태양도, 옥수수도 함께 하지 않는 끝을 알 수 없는 고독함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음악 소리엔 오직 진흙과 바람만이 함께했다.
과야사민
이제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피카소의 그림에 영향을 받은 듯도 하다.

이 그림의 제목은 Los Trabajadores. 일꾼들이란 뜻이다.

왼쪽 아래 있는 소녀의 눈빛에 정말 여러 가지가 담겨 있어서 멍하니 한참을 바라봤다.

남미는 오랜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대부분의 나라가 군사 독재를 겪었는데 그 수탈자들을 그린 듯하다.


눈물이 흐르지 않고 모여있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언제든 돌아올 테니 계속 불을 켜놓아라." 1999년에 운명한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이곳이 과야사민의 고향이자 에콰도르의 수도 끼또다. 넓은 광장과 맑은 하늘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앞서 말한 수탈자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사람이 바로 칠레의 피의 독재자 피노체트다.

그리고 이 남자가 바로 과야사민이다.

과야사민은 무엇을 보고 들으며 살았길래 공포를 이 정도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난 발이 없는 아이를 보기 전까지 신발이 없어서 울었다.

그의 유언 때문인지 꺼지지 않을 듯한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소는 스페인을, 콘도르는 원주민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에콰도르의 국기에도 콘도르가 새겨져 있다.
미술관을 나오려는데 비가 세차게 오기 시작해 다시 한번 미술관 Capilla del hombre (까삐야 델 옴브레:남자의 예배당)을 둘러보다 어딘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느껴보지 못할 그런 감정들을 많이 접한 탓인지 내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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