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에는 몇 개의 유명한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벼룩시장마다 다루는 품목도 조금씩 다르고, 그 규모도 달라 각각의 특징과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가장 서민적인 분위기가 난다는 방브(Vanves) 벼룩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방브 벼룩시장은 파리의 벼룩시장 중 작은 규모에 속하며 오전 10시 ~ 오후 1시까지만 운영을 하다 보니, 구경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메트로 13호선, 혹은 트램 3호선을 이용해 Porte de Vanves에 내리면 걸어서 5분 이내에 도착할 거리에 있어 찾기 어렵진 않습니다. 제가 머무른 게스트하우스 파리모나미는 Porte d’Oleans역 근처에 있어 산책 삼아 30분 가량 걸어 시장에 갔습니다.

온갖 잡동사니와 골동품이 나와 있는 방브벼룩시장의 첫인상은 낡고 오래된 물건들이 진열된 옛날물건 전시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은수저나 엽서, 책, 오래된 사진은 기본이고, 칼이나 의수, 석궁까지도 판매해 정말로 사람 빼고는 다 팔겠다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프랑스 물건뿐만 아니라 동양이나 아프리카의 인형이나 식기, 장식품 등도 있었는데, 현지 사람들한테 상당한 관심을 받는 듯했습니다. 전 인쇄에 사용했던 식자가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굉장히 오래된 물건들만 있을 거라 생각하던 차에 장난감들을 발견하고는 흥미롭게 구경했습니다. 왠지 뱀 장난감은 한국으로 가져와 기념품 가게에서 팔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오래된 물건 중의 대표적인 한 가지는 바로 인형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인형은 마치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본뜨고자 한 것처럼 정교하고 사실감이 넘칩니다. 덕분에 무섭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옛날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각자의 깊은 사연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벼룩시장답게 책이나 카드, 엽서 등 기본(?) 물품도 많았습니다. 전, 책 내용을 읽을 수는 없어서 표지만 주욱 훑어봤지만,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매우 진지하게 물건을 봅니다. 저 같은 관광객들이야 사진 찍고 가는 게 일이지만 시장을 찾는 대부분 사람들이 현지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프랑스인들의 오래된 물건에 관한 애정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물건이 워낙 많아 일일이 다 볼 수는 없지만, 그냥 훑고 지나가며 보기엔 아까운, 오랜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묻은 물건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만물잡화골동품상 방브 벼룩시장에 참 잘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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