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일상 속 여행/남미 2012. 9. 5. 08:06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엔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 너무 넓어서 호수라고도 부르기 애매한 티티카카 호수(Lago Titicaca)가 있다. 면적은 8,135km² 로 세계에서 18번째로 넓은 호수이며 길이는 177Km, 최대 수심은 281m에 달한다. 해발 3,81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 중 하나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양쪽 모두에서 볼 수 있는데, 페루에서 볼 수 있는 곳 중 가장 유명한 섬인 우로스 섬에 가보기로 했다.

페루의 국경 도시 뿌노(Puno)에 도착하자 머리가 띵했다. 해발 3,800m에 있는 도시라 고산증에 걸리기 딱 좋은 곳이다. 고산증 증세가 심해지면 일주일 넘게 앓아누울 수도 있다. 여행 계획을 망칠 수도 있으니 도착한 첫날은 푹 쉬고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코카차를 많이 마시면 좋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하루를 푹 쉬고 호수 쪽으로 걸어가 보니 원주민 옷을 입은 할머니와 오리떼, 양 떼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정말 호수라기에는 너무 넓어 보인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정박해 있는 배와 녹조, 물비린내가 바다스러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흔히 이런 투어는 호스텔의 투어 상품을 끼고 가는 경우가 많다. 알아보니 가격은 30솔(12,000원)이었고, 비수기라 그런지 호스텔 아저씨가 부른 가격은 20솔(8,000원)이었다. 그런데 항구 쪽으로 걸어가 보니 뱃삯이 쓰여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왕복 뱃삯 10솔(4,000원), 섬 입장료 5솔(2,000원). 굳이 호스텔을 낄 필요가 없어 보여 지금 바로 가버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창구 직원이 나를 불렀다.

이봐, 우로스 섬 갈 거야?
            언제 출발하는데?
15분 내로
남미의 15분은 분명 30분 이상일 테지만, 오래 기다릴 필요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바로 표를 끊었다. 배에 올라타니 백인이나 동양인 관광객은 전혀 없고 라티노들만 잔뜩 올라탔다. 현지 사람들 같진 않고, 이곳에 관광 온 페루 사람들 같았다. 조금 있으니 같은 라티노지만 얼굴이 많이 다른 사람이 하나 올라탔다. 어디 사람일까? 멕시코 사람 같아 보이는데…. 국적을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와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다. 정답은 푸에르토 리코였다. 맞추진 못했지만 그래도 비슷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드디어 출발! 아직은 물이 전혀 맑지 않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조금 더 가니 물이 맑아진다. 홀로 노 젓는 할머니도 보인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드디어 갈대로 만든 우로스 섬의 집들이 보인다. 배도 전부 갈대로 만들어졌다. 여기가 우로스 섬이구나!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배가 정박할 때쯤 원주민 소녀가 한 명 나와있었다. 배가 도착하자 원주민 할머니 2명이 합세해 원주민어인 케추아어로 인사를 했다. 배에 타고 있던 페루 사람들은 케추아어를 모르는지 이렇게 말한 거 맞느냐며 인사를 흉내 내고 있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저 태양 전지는 10년간 독재자로 군림하다가 현재 투옥된 일본계 대통령 후지모리가 선물했다고 한다. 우로스 섬을 여행할 때쯤 페루는 대선 시즌이었는데, 후지모리 대통령의 딸 케이코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몇 달 뒤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갈대로 만들어진 우로스 섬답게 바닥도 모두 갈대였는데, 가끔 푹푹 꺼지는 곳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같이 온 푸에트로 친구가 ‘이거 괜찮은 건가?’라고 말을 걸길래 좀 위험해 보인다고 답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섬에 도착하니 원주민 아저씨가 사람들을 다 앉히고 티티카카 호수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라티노 틈바구니에 낀 나를 보고 "Amigo, Español?(아미고, 에스빠뇰?=이봐, 스페니쉬할 줄 알아?)"라고 묻길래 자신 있게 "Si!(씨=응)"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반이라도 알아들으면 다행이다.

티티카카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있는데, 볼리비아가 4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페루에 있다. 티티(Titi)는 원주민어 중 하나인 아미마라어로 퓨마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을 뜻하고 카카(Caca)는 바위라고 한다. '퓨마의 바위'란 뜻인 티티카카를 기울여서 공중에서 보면 잠자는 퓨마 같아 보인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그런 것도 같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큼직한 나무뿌리를 가리키며 이걸 티티카카 호수라고 하면, 갈대를 만든 집과 여러 가지 모형을 놓고는 이게 바로 우로스 섬이라고 말했다.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집은 옛날식 집이라 지금은 더는 만들지 않고 가끔 부엌으로 쓰는 곳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운송 수단이 발달해 여러 가지를 먹고 살지만 아주 오래전엔 원주민들은 오직 물고기만 먹고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더위를 먹었을 때나 두통이 심할 땐 수분이 많은 갈대 속을 먹었고 갈대 껍질은 물수건처럼 이마에 붙여 열을 내렸다고 한다. 갈대가 이렇게 쓸모가 많은 줄 몰랐다. 관광객 중 한 명이 섬이 물에 휩쓸려 가는 일은 없느냐고 묻자 그러지 못하게 밧줄로 섬들끼리 묶어놨다고 했다. 우로스 섬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여러 가지 물건을 보여주며 구매를 권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장기 여행 중이라 짐을 늘리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기념품 중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갈대를 꼬아서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우로스 섬의 꼬마 아이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저 옆에 있는 섬까지 어떻게 다닐까? 가까운 거리니 그냥 헤엄쳐서 건널지 항상 배를 타고 건널지 궁금하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호수에 햇빛이 반사되는 게 정말 예뻤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아이들이 숫자 공부를 한 종이인가 보다. 이 종이를 보니 이곳에 오기 얼마 전, 봉사 활동을 하던 도시 피스코의 한 아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는 항상 9를 거꾸로 적어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곤 해서 제대로 적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내가 떠날 때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그 아이에게 끝까지 숫자를 가르쳐줬으면 다고 부탁하고 왔는데 누군가 내 부탁을 들어주었을까?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섬 안에는 간이 양식장도 있다. 사진을 잘 보면 물고기떼가 보인다. 자그마한 섬이라 금방 둘러봤는데 일행들이 갈대로 만든 배를 타기 시작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배에 타자 섬의 꼬마 아이들도 쪼르르 타기 시작하더니, 배가 출발하자 불어, 독어, 일본어, 영어, 케추아어 등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하도 건성으로 불러서 영어로 부를 때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아이들의 노래 영상

그렇게 공연을 끝낸 뒤, 한 꼬마가 모자를 들고 돈을 받으러 다녔다.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보라는 눈빛으로 주머니 속의 동전 몇 개를 모자 안에 넣었는데, 내 눈빛이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뿌노에서 출발한 다른 배가 이 섬에 도착하는 중이었는데, 할머니들이 나와 배를 맞이하고 있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Bienvenidos a La Isla Tataquili! (비엔베니도스 아 라 이슬라 따따낄리=따따낄리 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이 목적지인가 보다. 배에서 내리려고 하자 뱃삯 5솔을 내라고 한다. 우로스 섬까지 온 모터 달린 배편도 가격이 5솔이니 많이 비싼 가격이지만 이런 관광지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결국, 총 20솔을 들였으니 호스텔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과 같아졌다. 호스텔이나 회사를 끼지 않고 따로 와도 딱히 돈을 아낄 수 없는 것 같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우리가 타고 온 갈대배가 원래 섬으로 돌아가고 있다. 순박한 외양과는 달리 우로스 섬도 여타 관광지처럼 조금 상업적인 부분이 있어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역시 티티카카 호수는 아름답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갈대배와 원주민 가족은 그림 같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우로스 섬 투어의 마지막 일정인 따따낄리 섬을 둘러봤다. 원주민 집에 어울리지 않게 침대가 있는데 아마 이 섬에서 숙박하는 여행자용인 것 같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따따낄리 섬에도 역시 원주민들이 손수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을 팔고 있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이건 뭘 말리는 거고 어디에 쓰는 걸까?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평화로운 티티카카 호수의 풍경에 딱 맞게 오리 가족이 꽥꽥 소리를 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우로스 섬의 풍경은 다시 봐도 그림 같고 티티카카는 여전히 호수가 아니고 바다 같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우로스 섬엔 이렇게 화단도 있다. 갈대 위에서 꽃이 자라지는 않을 테니, 흙과 씨를 뿌노에서 가져와 이렇게 가꾸나 보다.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뿌노로 돌아갈 시간이 다 돼간다.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도 곧 안녕이다. 그런데 우로스 섬은 총 몇 개일까?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숙박하는 관광객 없이 모두 뿌노로 가나보다. 누군가 가자고 하자 모두 배에 올라탔고, 햇살이 반짝이는 티티카카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예산이 빠듯한 장기 배낭여행자 신분이라 티티카카 투어는 물이 더 맑다는 볼리비아 쪽에서만 할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호스텔에서 아저씨가 투어를 권했을 때도 생각해본다고 했고 뿌노 항구에 갔을 때도 갈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우로스 섬으로 가는 배에 올라탔는데 갔다 오고 나니 가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로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여행보다 돈을 아끼는 데 집착해 무언가를 놓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면 다음부터는 쓸데없이 고민하지 말고 꼭 해보기로 했다.

자, 페루 쪽 티티카카 호수를 봤으니 이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 쪽 호수를 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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